농사일기

죽음의 바다를 만드는 주범, 화학비료

이천기 2012. 9. 15. 15:41

덴마크 남부대 교수인 도날드 캔필드(Donald Canfield) 박사는 고대 해양화학 분야에 있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권위자 중의 한 명이다. 그는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지구진화 노르딕센터(NordCEE) 소장 직을 겸하고 있다.

캔필드 박사는 사이언스 지 10월호를 통해 해마다 사용량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화학비료가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주요인이라고 지목했다. 화학비료 사용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비료로부터 나온 질소성분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25억 년간 조성된 바다생태계가 일거에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료란 식물이 잘 자라게 하는 영양물질을 말한다. 천연비료와 화학비료가 있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화학비료다. 20세기 초 공기 중의 질소로부터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방법이 개발돼 생산량이 급증했으며, 현재 사용되고 있는 비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화학비료 사용량 60년간 8배 늘어
도날드 캔필드 교수는 화학비료와 관련, 지난 1960년부터 200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화학비료 사용량이 약 800% 증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질소, 인산, 칼리 등 여러 가지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만든 합성비료 개발이 성공을 거두면서 화학비료 사용량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늘어난 화학비료 사용량은 지구 생태계 질서를 대규모로 바꿔놓는 요인이 되고 있다. 캔필드 교수는 “특히 비료로부터 나온 질소 성분이 바다로 흘러들어 ‘데드 존(dead zones)'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드존이란 바닷물에 용해된 산소량이 적어서 생물이 생존할 수 없는 저산소 구역을 말한다.

미국 버지니아 해양과학협회 로버트 디아스와 스웨덴 괴텐부르크대 루트거 로젠버그 연구팀은 지난 2008년 사이언스 지를 통해 ‘데드 존’이 지난 1960년대 이후 10년마다 두 배씩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생물이 살 수 없는 일명 ‘죽음의 바다’로 불리는 데드존은 동중국해와 한반도 남서해를 비롯, 세계적으로 405군데나 되고 있다. 면적만 24만 5천㎢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뉴질랜드 전체 면적과 맞먹는 크기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최근 ‘해양 데드존(Aquatic Dead Zones)’ 세계 지도를 공개한 바 있다.  NASA는 최근 이 데드존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데드존이 늘고 있는데 대해 캔필드 교수는 “바다로 흘러든 질소성분이 수십억 년 간 지속돼온 바다 내 영양물질의 순환과정(cycly of nutrients)을 변화시킨 결과”라고 말했다. 인류가 약 25억 년에 걸쳐 조성된 바다 생태계의 영양물질 순환과정을 불과 100년이 채 안된 기간 동안 질소 사이클로 바꿔 놓고 있다는 것.

식량증산으로 인해 화학비료 사용 불가피

질소는 근해 식물성 플랑크톤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늘어난 플랑크톤은 엄청난 양의 산소를 소비할 뿐 아니라 죽으면 심해에서 미생물을 더 늘리는 요인이 된다. 미생물들이 유기체를 분해하면서 산소를 더 많이 소비하고 결과적으로 물고기 등 해양 생물들을 떼죽음으로 몰고 가는 요인이 되고 있다. 

 

▲ NASA에서 공개한 해양 데드 존 세계 지도 

화학비료의 폐해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과도한 질소량은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만들어 결과적으로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캔필드 교수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아산화질소(nitrous oxide)의 약 4분의 1이 화학비료를 사용하고 있는 농업활동의 결과”라고 말했다. 

스미소니언 환경연구센터의 토마스 조던 씨는 최근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질소 사용량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바이오 분야에서의 질소 사용량이 두 배 이상 늘어났으며, 이는 곧 식물과 조류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화학자인 워싱톤대 로버트 블랭켄십 교수는 이 질소 사이클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수십 년간의 식량증산은 화학비료 사용량을 늘린데 따른 결과지만, 최근의 상황은 화학비료에서 나온 질소가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보다 세심한 연구를 통해 생태계 불균형을 해소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캔필드 교수에 따르면 2050년까지 계속 인구가 늘어나고, 식량증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화학비료 사용 역시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또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바다 속 데드 존 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며, 곳곳에 산재한 데드 존의 크기도 멕스코만 데드 존 수준으로 변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캔필드 교수는 이에 대해 “지금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생물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수십 년간 미생물을 부양해 망가진 생태계를 어느 정도 되돌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업도 살리고, 생태계도 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요구되고 있다. 
캔필드 교수는 해법으로 가장 먼저 농산물의 ‘순환경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농작물마다 필요한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순환경작을 실시할 경우 화학비료 사용량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농작물 ‘순환경작’ 대폭 확대해야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또한 사용 기시를 조절하고, 화학비료를 덜 쓸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유전자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캔필드 교수는 “특히 밀, 보리, 쌀 등의 곡물 생산을 위해서는 (비료를 덜 쓰는) 신종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질소성분을 공급하는 균주를 포함한 작물을 보급하는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콩 종류의 작물은 균주가 있어 뿌리의 혹에 토양의 질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질소비료 없이도 잘 자란다.

자연교배, 혹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콩과 다른 작물의 장점을 살리면 질소비료가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쌀과 콩의 장점을 살려 단백질 쌀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화학비료의 부작용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바다뿐만 아니라 비료를 사용하고 있는 토양 내 크고 작은 생물들을 죽여 토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지력을 상실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육지와 해양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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