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살기

영화 '워낭소리'를 보고 . . .

이천기 2009. 4. 9. 17:36

영화 ‘워낭소리’를 보고 . . .

“사람은 가끔 마음을 주지만 소는 언제나 전부를 바친다.”

가슴 뭉클해지는 글입니다.


40년을 가까이 살아온 늙은 소와 80을 바라보는 할아버지는 친구이자 생의 동반자였습니다.

사람과 동물이라는 것만 다를 뿐, 둘은 닮은 것이 많습니다.

늙은 소의 얼굴에 엉겨 붙은 진흙덩어리를 떼어내는 할아버지와 느릿느릿 눈을 껌벅이는 소사이에는

말이 필요치 않은 무언의 정情이 느껴졌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글썽이다가 또 잔잔하게 웃기를 반복하면서도 가슴 묵직하게 아팠던 것은

우리의 지나온 삶을 너무나 진솔하게 보여준 사실의 힘이 그만큼 컸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시간의 여행을 했습니다.

소를 몰아서 밭을 갈던 풍경을 보고 자랐던 어린시절. 눈만 감으면 떠오르는 그리운 시절 비록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시절로 나도 모르게 돌아가 있었습니다.

평준의 시간을 넘어 오래 살았던 소에게는 역시나 남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할아버지의 소에 대한

남다를 애정이 있었습니다. 농약을 친 풀을 먹으면 소가 죽는다고 절대로 농약을 치지 않는 고집과

일하는 틈틈이 꼴(풀)을 베어 먹이는 정성과 애써 민들레 뿌리를 캐 먹이는 노력이 있었기에

주인을 닮은 소가 그토록 오래 살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워낭소리는 느림의 미학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귀가 어두운 할아버지 에게 “우리도 다른 집처럼 기계로 농사짓고 농약치자, 꼴베고 소죽 끓이지 말고

사료 사 먹이자”는 할머니의 잔소리는 다만 쇠귀에 경 읽기일 뿐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우리들의 아버지와 늙은 소의 이야기이지만 ‘워낭소리’는 우리에게 많은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관객들의 개개의 가슴에 각각 다른 화두를 던지면서도 그것을 공감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잊혀져 가는 우리의 자화상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 속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농사 짓고 살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지만

편리하고 빨리가고 앞서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정작 소중한 많은 것을 잃게 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워낭소리’는 자연과 생명사랑을 일깨워 주고 있기에 나에게는 그 방울소리가 오랫동안 귓전에 남아

들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