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다완 이야기 / 이천기 원작 1519년 겨울, 능하요菱荷窯에 불을 지핀 것은 바람이 조금 부는 맑은 날 아침이었다.밤새 많은 눈이 내려 산과 들이 온통 하얗게 덮여 있다. 집 앞 야트막한 산에는 노루와산토끼들이 가끔씩 내려와 먹이를 찾아 움직일 뿐, 인적이 드문 산 속은 고요하기만 하다.지난밤에 눈발이 날려 입구가 막힌 가마 봉통(아궁이)을 눈삽으로 치우고 난 후, 정호는전날 미리 넣어 둔 솔가지에 불을 붙였다.예열칸 가마의 연기는 유약이 발린 사기들을 헤치고 굴뚝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겨울의 찬 공기를 데우며 연기는 춤을 추듯 하늘로 흩어지고 있었다. 장작을 쌓아 둔 창고에도아침햇살이 흘러들기 시작한다.정호는 봉통 칸에 긴 나무를 넣어 놓고 몇 시간 후 칸불에 사용할 장작을 지게로 나르면서부처님..